동양사

고대 중국의 4대 악녀: 말희, 달기, 포사, 그리고 여희

민훈트 2020. 9. 18. 01:54

1. 하나라 말기의 악녀 연회 베푸는 "말희(=매희)"

중국사 최초의 나라로 생각되어지는 전설의 나라, 하나라. 

이 하나라를 멸망시키는 주역, 말희

 

하나라 마지막 왕인 걸왕은 말희를 만나기 전까지 정복활동에 매진하던 왕이었습니다. 

그는 하나라 주변국들 다수를 무참히 정복했는데, 그중에는 유시라는 곳도 있었죠. 

전설에 따르면 이 유시의 사람들은 이러한 그의 전쟁을 막고자 아름다운 여인인 말희를 그에게 바쳤다고 해요. 

 

말희와 걸왕을 그린 1800년대 삽화 (출처: 위키피디아)

그들의 염원처럼 말희를 후궁으로 맞이한 걸왕은 정복활동을 접고, 오직 그녀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녀를 위해 거대한 궁궐인 "경궁"을 지었고, 그녀가 비단 찢는 소리를 좋아하는 것을 안 걸왕이 당시 엄청난 사치품이었던 비단을 대량으로 구매하기도 했죠. 또한, 그들의 연회는 너무나 화려해 연못에 술을 채우고 나무에는 고기를 매달아 즐겼는데, 이러한 상황을 보고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기기도 했죠. 

 

주지육림을 그린 1800년대 삽화 (출처: 위키피디아) 

사치와 향락의 끝은 역시나 신하들의 반란이죠. 이 걸왕 또한 이러한 폭정, 사치를 견디다 못한 신하들이 일으킨  반란으로 목숨을 잃었고, 이를 주도한 사람이 스스로 왕의 자리에 오르면서 하나라 자체가 멸망되는 비극이 일어나요. 이 새로운 왕이 세운 나라가 바로 하나라 다음 역사에 등장하는 상나라(=은나라)입니다. 

2. 상나라 대표 악녀 고통의 신봉자 "달기"

유소라는 지역의 귀족집안에서 태어난 달기.

상나라의 포악한 왕이었던 31대 왕인 주왕이 유소지역을 침략하면서 아름다운 그녀에게 반해 후궁으로 맞이했죠.

 

주왕과 달기 (출처: 위키피디아)

 

그는 점차 정사를 멀리하게 되었고, 아름다운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에만 매진했어요. 

동물을 좋아하는 달기를 위해 상도라는 지방에 큰 동물원을 두어 수많은 종류의 새와 동물들을 키우기도 했죠.

하지만 가장 그녀를 기쁘게 했던 것은 타인의 신체적 고통과 그로 인해 나오는 소리였다고 해요.

 

한번은 한 농부가 얼음 위를 맨발로 걷는 걸 보고, 그의 발을 잘라와 어떤 상황 때문에 맨발로 얼음 위를 걸을 수 있는지 알아봤다고 해요. 또 한 번은 임신한 여자의 배를 가르게 하여 뱃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봤다고도 전해지죠.  (출처: 위키피디아) 이 밖에도 연적인 주왕의 정실부인인 황후 강 씨를 모함해, 잔인하게 죽이기도 했답니다. 

 

이처럼 잔인한 달기와 그녀에게 빠진 주왕의 폭정에 결국 상나라의 하위 나라 급이었던 주나라의 무왕이 반기를 들었고, 이에 승리하면서 이 둘은 사살되고 말았죠. 

 

구미호로 그려진 달기 (출처: 위키피디아)

한가지 더 재밌는 것은 이 달기가 얼마나 후대에 미움을 받았는지 그녀를 두고 구미호라고 매도해요. 

그래서 그녀와 관련된 삽화에는 꼬리 9개를 가진 모습으로 자주 그려진답니다. 

3. 주나라 대표 악녀 웃지 않는 "포사"

 

상나라를 멸망시키고 중원의 지배자가 된 주나라.

이 주나라 멸망에 큰 기여를 한 그녀, 포사.

 

포사 (출처: 위키피디아)

포사는 그 탄생도 비범한 설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주나라를 개설할 때 용이 침을 뱉었는데 거기서 유래한 검은 뱀이 왕부를 돌아다니다 어린 소녀로 하여금 임신을 하게 했고, 그래서 나은 아이가 이 포사라는 설화였죠. 

 

그게 실제이던 아니던, 포사의 인생은 굉장히 파란만장해요. 

그녀는 후궁으로 뽑혀 주나라의 유왕에게 시집을 가요.

그리고 단번에 아들을 낳죠.

아들도 낳고 용모도 아름다운 포사에게 당연히 유왕은 빠지게 되고, 단번에 조강지처인 왕비와 세자를 엎고, 포사를 왕후로, 그녀가 낳은 아들을 세자로 세워버려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기죠.

바로 포사가 잘 웃지 않았다는 거에요. 

유일하게 그녀를 웃기는 것은 사치품인 비단을 찢는 소리를 듣는 것, 신하들 골탕 먹이는 것, 그리고 사람들 잔인한 고문하기였죠.

이렇게 해서라도 그녀를 웃기고픈 주나라의 왕 유왕은 갖은 요구를 들어주었죠. 

 

특히 그녀의 신하 골탕 먹이 기는 후에 그녀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돼요.

그 이유는 그녀가 궁에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제후들을 부르는 일종의 연락수단인 봉홧불을 자주 거짓으로 짚여 이에 헐레벌떡 온 제후들을 놀렸다는 것이죠. 

 

연락수단으로 사용되던 봉수대와 봉홧불, 연기

그래서 실제로 필요했던 기원전 771년, 유왕이 외부세력에 의해 급습당해 봉화를 올렸을때 또 장난이라고 치부한 제후들이 오지 않았어요. 

이 사건으로 유왕은 목숨을 잃었고,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왕이 죽자 그 원흉인 포사는 당연히 체포, 사살되었죠.  

 

유왕과 포사의 살해 이후, 앞서 폐세자가 되었던 왕자가 다시 세자에 올라 왕이 되었고, 수도를 옮겨 소위 말하는 동주시대로 넘어가게 된답니다. 

4. 진나라 대표 악녀 야망의  "여희"

 

원래 여융국이라는 중국 서쪽 나라의 공주로, 여융국이 진나라의 공(제후국이었기에 우두머리를 공이라고 한다) 헌공에게 정복당하면서 친동생과 함께 헌공의 후궁으로 들어왔어요. 

 

통일 이전에 주나라 제후국인 진나라 (출처: 위키피디아)

그녀가 후궁으로 들어왔을 당시 이미 헌공에게는 수많은 아들과 후궁들, 그리고 정실부인이 있었죠.

하지만 빠르게 헌공의 마음을 얻었고, 아들 2명까지 낳은 여희는 정실부인이 죽자, 바로 정실 공비에 봉해졌다고 해요. (출처: Biographical Dictionary of Chinese Women: Antiquity Through Sui, 1600 B.C.E)

 

그녀가 정실부인이 되었을 때 세자는 그 전 왕후 소생인 신생이라는 왕자였어요.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세자에 올리고 싶어했죠. 

그래서 세자인 신생을 필두로 주력한 왕자 2명을 모두 내쫓을 계략을 짜요. 

일단은 왕궁에서 외지로 보내버렸고, 왕의 귀를 막아 부자사이를 이간질 했죠.

 

결정적으로 기원전 656년에 세자인 신생이 죽은 전왕후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수도로 돌아오자 그가 가져온 고기와 와인에 독을 몰래 넣었고, 이를 헌공과 대신들이 있는 앞에서 보란 듯이 개들과 어린 시녀들에게 먹였죠. 

독을 먹은 개들과 시녀들은 고통스럽게 죽었고, 여희는 앞장서서 신생 왕자가 왕을 죽이기 위해 가져왔다고 주장했어요. 이미 그녀의 혀에 놀아난 왕은 신생 왕자의 말은 듣지도 않았어요. 

이처럼 그녀의 덫에 걸린 신생 왕자는 억울함을 토로하다 스스로 자결을 해버렸죠.

왕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세자의 동복 아우 두 명도 자결을 명령했지만 그 둘은 무사히 도망을 갈 수 있었어요. 

 

결국 여희의 계획대로 자신의 아들이 세자에 책봉되었어요.

그리고 5년 후기원전 651년 헌공이 사망하자 다음 왕에 올랐죠. 

 

목표를 달성한 그녀는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조용히 살려고 했어요. 

하지만 그녀의 죗값이 남아있었죠. 

스스로의 기반이 없이 갑자기 세자가 된 왕은 아버지가 죽자 1년도 안돼 신하의 정변에 의해 살해되었고, 뒤 이어 왕위에 오른 여희의 조카도 10개월 만에 살해되었죠.

이번에는 여희도 무사하지 못했어요. 

2번의 정변을 일으킨 신하 이극은 여희를 채찍으로 죽였으며 그 시체 또한 오체분시(몸을 5조각으로 나눠 죽임) 할 정도로 그녀를 악의 원흉으로 생각했다고 해요.

 

그동안 끼친 해악이 지대해서인지 이극은 여희를 그 자리에서 죽이지 않고 형장으로 끌어내서 채찍질을 가한 후 오체분시를 시켜버렸죠.

 

이후 여희를 피해 도망갔던 왕자 2명 중 한 명이 왕에 올라 진나라의 명맥을 이어나가게 되었어요.


말희, 달기, 포사, 여희 모두 중국사의 중요한 나라를 망하거나, 약화시킨 큰 역할을 담당했던 사람들이죠. 

잔인하거나, 사치스럽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다고 해요.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는 역사의 대부분이 승자의 역사이기 때문에, 그들 모두 후에 나오는 사람들에 의해 표현되었다는 것, 그래서 사실보다도 많이 나쁘게 표현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이죠. 

 

이점 유의하면서 다음 중국사 편은 통일 진나라로 찾아뵐게요. 

그럼 안녕~